
많게는 열 번, 적게는 세 번을 나와 함께 이사를 다닌 녀석들은 이젠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는 시간이 그다지 오래걸리지 않는다. 1톤 용달로 가볍게 이동할 수 있는, 많이 단순해진 나의 살림이지만 그래도 허리 아프고 다리 아프고 피곤한 건 어쩔 수가 없다. 눈 앞에 숲이 펼쳐지는 커다란 창과 작은 창을 가지게 된 녀석들이 부지런히 앞과 뒤를 왔다갔다 하기 바쁘다. 피곤해서 잠을 청했지만 잠이 없는 고래의 부산한 소리에 잠을 깼다. 이제 해가 뜨려나 싶어 몸을 일으켜 숲을 바라보는 소파에 웅크리고 누웠더니 이제 겨우 자정을 넘겼을 뿐이었다. 커피를 마시며 검은 숲을 본다. 눈이 쌓이면 무척 예쁘겠지. 길고 길었던 블록 상태를 이틀 전 설치한 스크리브너가 깨주었다. 왜 진작 이걸로 작업하지 않았을까. 쉽게 의욕 상실에 빠지게 만들었던 답답함이 한 방에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이번 겨울은 다시 돌아온 이 강과 숲 사이에서 그토록 바라던 나와 이야기만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